건국절 논란? 필요하다면 '건국절' 만듭시다.

또 다시 시작된 '건국절' 논란

 

정치권에서 '건국절'을 두고 또 다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5일 8·15 경축사에서 "2019년은 대한민국 건국과 임시정부 설립 100주년을 맞는 해"라고 선언하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와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가 비판을 하고 나선 이유입니다.

 

홍 대표는 "좌파 진영이 1919년 상해 임시정부를 처음 만들었을 때를 건국일로 보는 것은 북한을 의식하기 때문"이라며 다시 한번 색깔론을 꺼내 들었습니다.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는 문 대통령의 발언이 "국민 분열을 자초"한 것이라며 "역사는 특정 정권이 결론을 내릴 수 없는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건국절 논란은 2006년 8월 뉴라이트 계열의 이영훈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우리도 건국절을 만들자'는 제목의 칼럼을 <동아일보>에 기고하며 시작됐습니다. 같은 해 5개 보수단체가 광복절을 건국절로 바꾸자는 성명을 발표하며 논란이 본격화됐고, 2008년 이명박 정부에서는 건국절을 제정하려는 움직임이 일기도 했습니다.

 

지난해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오늘은 제71주년 광복절이자 건국 68주년을 맞이하는 역사적인 날"이라고 말해 논란이 됐습니다.

@ 대한민국 관보 제1호

 

건국절 1945년 8월 15일 아닌,

1919년 4월 ○일인 이유.

 

광복절과 건국절을 두고 학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합니다. 국민들 사이에서도 적잖은 논란이 되고 있죠. 그런데 1948년 8월 15일이 건국절이라는 주장에는 어떤 근거가 있을까요? 그리고 건국 시점을 1948년 8월 15일로 보는 것이 합당할까요?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절로 지정해야 한다는 사람들의 논리는 국가의 3요소가 갖춰진 날이 바로 이날이라는 것입니다. 국민, 영토, 주권이라는 국가의 3요소가 갖춰지지 않았던 임시정부 수립일은 건국일이 될 수 없다는 논리죠. 임시정부 수립 후 국제사회가 임시정부를 대표성 있는 정부로 보지 않았다는 것도 이들 주장의 근거 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1919년에 대한민국이 건국됐다는 주장은 건국절 논란을 촉발시킨 사람들이 '국부'라고 칭송하는 이승만 전 대통령의 것이기도 합니다. 1948년 정부수립 기념사에서 이승만 정부는 '대한민국 30년 8월 15일'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같은 해 9월 1일 관보에는 "대한민국 30년 9월 1일"이라는 날짜가 표시돼 있습니다. 이 전 대통령은 취임사에서도 "대한민국 30년 7월 24일 대한민국 대통령 이승만"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뿐만 아니라 1919년 6월 18일 임시정부 대통령 이승만이 일왕에게 보낸 건국 통보문에는 "1919년 4월 23일 한국이 완전히 조직된 자주통치국가가 됐음을 당신에게 공식적으로 통보하라는 한국민의 명령을 받았다"라는 문구가 있습니다. 이승만 전 대통령 스스로가 대한민국 건국년을 1919년으로 봤던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기틀이 된 제헌 헌법 전문에도 1919년에 대한민국이 건립됐다는 문구가 나옵니다. 제헌 헌법 전문에는 "기미 삼일운동으로 대한민국 건립"이라는 문구와 함께 "이제(1948년) 민주독립국가 재건"이라는 문구가 등장합니다. 1919년 대한민국이 건립(건국)됐고 1948년 이를 재건했다는 뜻입니다.

 

현행 헌법 전문에도 "3·1운동으로 건립된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는 표현이 나오는 만큼 1919년을 대한민국 건국년으로 보는 것은 상식적인 일입니다.

 

@ 건국 통보문

 

 

건국절이 필요하다면,

까짓 것 만듭시다.

 

그럼에도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일부 국민들은 1948년 8월 15일을 광복절이 아닌 건국절로 지정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2019년은 건국 100주년"이라는 말이 이들에겐 달갑지 않습니다. 광복절이 있는데 건국절이 없다는 것이 못마땅할 수는 있습니다. 건국절 논란을 일으킨 이영훈 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의 칼럼 "우리도 건국절을 만들자"의 논지를 보더라도 건국절이 필요하긴 해 보입니다.

 

이 전 교수는 2006년 위 칼럼에서 다음과 같은 이유로 건국절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몇 년 전 미국 보스턴의 하버드에 들른 그날은 우연히도 미국의 건국기념일이었다. 저녁이 되자 찰스 강 양쪽 강변에 사람들이 구름처럼 모였다. 강에는 수많은 요트가 떠다녔으며, 커다란 배 위에는 보스턴이 자랑하는 오케스트라가 펼쳐졌다. 국가가 울려 퍼지자 얼굴색을 달리하는 수많은 사람이 그렇게도 기꺼이 환호작약하였다. 그리고선 갖가지로 도안된 폭죽이 보스턴 밤하늘을 끝도 없이 수놓았다. 그렇게 남의 나라의 건국절을 넋 놓고 구경하던 내 입에서 무심코 새어나온 말이다. '우리에게도 한강이 있지 않은가'"

 

이 전 교수의 주장처럼 건국절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까짓 것, 우리도 미국처럼 건국절을 만들어 이 날을 기념하도록 합시다.

 

이 전 교수가 부러워하는 미국의 건국절은 1776년 7월 4일입니다. 미국은 영국의 지배를 받던 1776년 독립을 선언하고 7년 뒤 국제사회로부터 국가로 인정받았습니다.1789년 정부를 수립하고 초대 대통령을 선출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건국절은 정부가 수립된 1789년이 아닌 1776년입니다. 독립선언일이 건국일입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건국절 논란을 일으키는 사람들이 '국부'라고 칭송하는 이승만 전 대통령도 우리의 건국일을 1919년 4월 23일로 봤습니다. 우리 제헌 헌법과 현행 헌법에 담긴 내용도 이 전 대통령의 관점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필요하다면 건국절을 만들어 사람들이 애국심을 갖고, 즐길 수 있는 날이 되게 합시다. 단, 건국절은 1948년 8월 15일이 아닌 1919년 3월 1일(3·1 운동일), 1919년 4월 11일(임시정부 수립 기념행사일), 1919년 4월 13일(임시정부 실질적 창립일), 1919년 4월 23일(한성 임시정부 수립일) 중 하나여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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