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은 꺼지지 않았다.

손과 손을 넘어 불길이 번져갔다. 사람들은 손 위의 작은 불길을 옆 사람에게 건네며 추위를 녹였다. 추위는 비단 날씨 때문만은 아니었다.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고도 무죄를 강변하는 집권세력의 몰염치가 엄동설한을 만들었다. 손에서 손으로 전해진 불길은 1700만 시민이 참여하는 들불이 됐다. 들불은 어둠을 몰아내며 지난 10년간 얼어붙은 국토를 녹여내기 시작했다.


촛불 1년, 사람들은 이웃과 다시 한번 불길을 나누며 지난 겨울을 추억한다. '박근혜 퇴진'을 구호로 시작됐던 적폐청산이라는 목표, 정상적 사회를 만들겠다던 희망의 다짐을 가슴에 오롯이 새긴다. 이들은 정권이 바뀌었다고 세상이 바뀌지 않음을 안다. 민주정부 10년간 기대만큼 세상이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민주정부가 기득권 세력의 반발에 부딪혀 개혁과제를 성공적으로 이끌지 못한 것도 이유이지만, 무엇보다 시민들의 감시와 견제가 소홀했다. 그 소홀함이 지난 엄동설한을 만들었다.


@ 오마이뉴스 이희


지난 1년 우리는 불법으로 일관한 지난 정권을 역사의 뒤안길로 내쫓고 촛불정부를 수립했다. 하지만 갈 길은 여전히 멀다. 적폐청산을 정치적 보복이라 트집잡는 자들이 넘쳐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줄 알았던 자들은 암약하며 기회를 엿본다.박 전 대통령은 온당한 법 절차를 여전히 무시하고 있으며, 블랙리스트·언론장악·여론조작 등 온갖 불법적 행태를 저질러온 부역자들은 지지라를 결집해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려 한다.


개혁을 완수해 내는 것은 시민들의 단결된 힘이며, 그 힘이 지속되는 만큼 세상은 바뀐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촛불 1주기는 의미가 새롭다. 이번만은 역사의 헌장에 생채기를 낼 수 없다는 다짐이 촛불 1주기를 맞아 전국에 지펴진 들불이다. 이들은 지난 28일 광화문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다시 한 번 세상을 향해 고했다. 적폐청산, 나라다운 나라의 건설, 헌법과 법률이 지켜지고 약자가 보호받는, 인권이 보장되는 사회를 만들자!


그 외침은 경남 진주에서도 계속됐다. 지난 주말 진주지역 시민단체 등은 대안동 광장에서 집회를 열어 적폐청산, 사회대개혁, 선거법 개정 등을 주장했다. 진주시장의 독선적 행정을 비판하며 시내버스노선 재개편, 진주대첩광장 지하주차장 건설 반대, MBC경남 정상화 등 지역문제도 토론했다. 이들은 시민주권의 진주를 소망하고 민주주의의 가치가 지역에 뿌리 내리길 바란다. 인구 35만의 작은 도시에도 희망의 촛불이 켜진 셈이다. 


주권자인 시민 모두가 존중받고 그들의 의지가 관철될 때 민주공화국의 가치는 헌법에서 걸어나와 우리의 실생활에 스며든다. 이를 이루는 것은 행동하는 시민의 몫이지 일부 정치가나 관료의 몫이 아니다. 민주공화국의 가치가 넓게는 대한민국, 좁게는 지역 곳곳에 뿌리내릴 때까지 촛불은 멈추지 않고 타오를 것이다. 그리고 미래의 어느 날 사람들은 기억하고 추억할 것이다. 민중의 응집된 힘이 세상을 바꾸고 시대를 진보토록 했음을. 우리가 살아가는 경남 진주에서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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